사순복음묵상

4월 8일 성주간 수요일

등록일
20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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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성주간 월요일부터 오늘 수요일까지 복음 말씀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하나 있습니다. 유다 이스카리옷입니다. 오늘 유다는 수석 사제를 만나 예수님을 넘겨주기로 하고 은돈 서른 닢을 챙겼습니다. 탈출 21,32을 보면, “소가 남의 남종이나 여종을 받았으면, 그 주인에게 은 서른 세켈을 갚아야 하고, 소는 돌에 맞아 죽어야 한다고 나옵니다. ‘은전 서른 닢의 값어치가 내 소가 남의 종을 받아 죽였을 때 그 주인에게 물어야 하는 액수라는 것입니다. 유다가 예수님을 넘기고 받은 돈의 액수가 수석 사제들에게는 율법에서 소에게 받혀 죽은 종의 몸값 정도라는 것입니다.

 

드디어 파스카 축제가 되어, 예수님과 제자들도 파스카 음식을 차리고 한자리에 모여 앉았습니다. 파스카 축제는 잘 아는 바와 같이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로부터 탈출하여 노예 생활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축제입니다. 그런 좋은 날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와 함께 파스카 식사를 하시던 중, 당신을 팔아넘길 자가 제자들 중에 있음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그러자 제자들은 몹시 근심하며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하고 묻기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과 함께 빵을 적시는 자가 그럴 것임을 말씀하시자, 잠자코 있던 유다도 예수님께 묻습니다.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유다의 물음은 다른 제자들의 물음과 차이가 있습니다. 그는 예수님을 주님하고 부르지 않고 스승님하고 부르고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서에서 예수님을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유다가 예수님을 부를 때만 두 번 사용됩니다. 이는 곧 유다가 이미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지 않고 배반하였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런 유다를 저주하지도 단죄하지도 않으십니다. 당신을 팔아넘길 자를 두고,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하시며, 그가 처한 불행한 상황을 확인하실 따름입니다. 그러나 구원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유다를 인간적으로 측은히 여기셨지만, 지금의 상황을 피하지는 않으십니다. 시간은 이미 골고타 언덕 위 십자가 죽음을 향해 흐르기 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