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복음묵상

4월 9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등록일
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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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성주간 의미 있게 보내고 계십니까? 오늘은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봉헌하는 날입니다. 교회는 오늘 오전에 주교좌 성당에서 성유 축성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교구장 주교님은 사제단 대표들과만 미사를 집전하셨지만, 이 미사를 통해서 교회는 사제단의 일치를 드러내고, 성사 거행에 사용할 성유들을 축성하여 나누어주셨습니다. 이로써 성사를 거행하는 사제들의 직무가 예수님께서 세우시고 사도들로부터 이어온 것임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녁에 봉헌하는 주님 만찬 미사는 예수님께서 최후 만찬에서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몸과 피로 우리에게 나누어 주신 성체성사의 제정을 기념합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제자들과 함께 드셨던 이 최후 만찬, 이스라엘의 이집트 탈출 사건을 기념하는 파스카 축제와 관련이 깊습니다. 1독서에서 주님께서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이집트에서의 마지막 밤에 어린양을 잡아 피를 문설주와 상인방에 뿌리고, 그 고기를 쓴 나물과 누룩 없는 빵과 먹되, 허리에 띠를 매고 신을 신고 지팡이를 쥔 채로,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하고 있으라고 하십니다. 과연 그날 밤 주님께서는 어린양의 피가 묻어 있지 않은 이집트의 집들은 모두 치셨지만, 이스라엘의 집들은 그 피를 보고 거르고 지나갔습니다. 이때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탈출하고 홍해를 건너약속의 땅으로 향하게 됩니다.

 

이스라엘은 이 구원 사건을 축제로 만들어 대대로 기억하고 기념했습니다. 그리고 그 축제를 파스카 축제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파스카는 우리말로 하면 건너가다란 뜻입니다. ‘어린양의 피로 이스라엘 집을 건너갔기 때문에 이집트를 탈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건너감으로 구원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스라엘의 파스카 축제가 오늘 예수님과 관련이 됩니다. 오늘 복음의 첫 부분을 보십시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때가 온 것을 아셨다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신다는 것은 당신의 사명을 마치고 하느님께로 돌아간다는 뜻인데, 이 사명을 마치실 때가 이스라엘의 파스카 축제 때였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건너감이 이스라엘의 건너감 축제 때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새 파스카입니다. 구약의 파스카를 완성하는 새 파스카입니다.

 

예수님의 이 새 파스카가, 구약의 파스카 만찬이었던 최후 만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후 만찬을 새 파스카 만찬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를 보십시오 그 만찬에서 주님께서는 빵을 떼어주시며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하십니다. 그리고 잔을 드시고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하십니다. 시나이 산에서의 계약이 아닌 새 계약’, 이집트를 탈출한 파스카가 아닌 새 파스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성체성사곧 우리의 미사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 최후 만찬을 통해서, 새 파스카 만찬을 통해서, 성체성사를 통해서, 이 미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주고 싶으신 것은 무엇이었겠습니까? 그것은 당신께서 새 계명이라고 말씀하신 바로 그것, ‘사랑입니다. 그래서 복음은 시작에 그분께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고 하면서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그 사랑이 무엇인지 직접 보여주십니다. 최후 만찬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후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수건으로 닦아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께로 건너가시기 전, 제자들에게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신 성체성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었고, 그 사랑을 발씻김을 통해서 상징적으로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 아멘.